아냐, 나는…….
닥쳐, 닥쳐 닥쳐
나는 카이바 코퍼레이션을 위해……….
시끄러 닥쳐.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아아, 나는…………?
나다
아아……………――――
나는 지지 않았어
아―……… 아……………
「유우기! 너는 반드시 내가 쓰러트린다!」
아침부터 흐리던 날씨는 점심이 되어선 마침내 비가 되었다.
쉬는 시간. 밖에 나가선 놀수없다. 실내는 어디든 북적대지만, 유우기의 클래스 메이트들은 전혀 곤란하지 않았다. 『매직&위저드』는 클래스 내에 완전히 침투했다. 카드가 없는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의 플레이를 보며 즐기고 있다.
「으랏샤!」
기합을 넣은 죠노우치가 카드를 필드에 꺼냈다.
「가랏! 엑스레이더!」
『엑스레이더』가 유우기의『엘프 검사』를 엄습한다. 공격력은 1700 대 1400. 이대로라면 『엑스레이더』의 승리다.
허나 유우기는 엎어두었던 카드를 뒤집었다.
마법 카드『마검 아이스 소드』는 물속성의 공격력 500을 전사에게 부여한다.『엘프 검사』의 공격력은 1900으로 업. 죠노우치의『엑스레이더』는 역으로 패퇴, 죠노우치의 라이프 포인트도 0이 되었다.
「으갸아악! 또 졌어!」
옆에서 지켜보던 혼다가 머리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죠노우치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애당초 네가 유우기를 이긴다는게 무리라구.」
「시꺼! 유우기만 빼면 내가 우리반 넘버원이라구!」
「응, 맞아. 죠노우치도 제법이었어.」
「여유있는 소리하긴. 어차피 난 제법하는 정도라 그거지?」
진게 분한건지 죠노우치는 언짢아보였다.
「그런 의미로 한 소리가 아니라, 죠노우치는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덱 구성이 제대로 안됐단 뜻이야.」
「바로 고거야!」
순식간에 기분이 풀린 죠노우치가 반대로 혼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카드가 갖춰지면 나도 본격 발동한다구.」
「저기, 유우기. 죠노우치의 실력, 실제론 어때?」
안즈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어떻냐니?」
「진건 카드때문? 아니면 죠노우치의 실력때문?」
「당연 카드때문이지.」
그렇게 대답하는 죠노우치.
「강해지고 싶다면 겸허히 유우기의 의견을 들어.」
안즈의 재촉에 유우기는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죠노우치군은 너무 공격에 중점을 두는것같아. 방어쪽도 좀 더 신경쓰면 좋을텐데.」
「그렇다네, 죠노우치.」
「네네~ 알겠습니다~.」
유우기는 한마디 더 조언하고 싶었지만 죠노우치가 기분 상할까봐 관두기로했다. 한 수, 두 수 앞을 읽는게 부족하단 말을 하고 싶었다.
「그치만말야, 유우기. 우릴 상대하는거 좀 싱겁지않아?」
혼다가 자신의 덱을 섞으며 말했다.
「카이바랑 한 대결에 비교해서 말야.」
「전혀 안그래.」
확실히 카이바 랜드에서 치뤘던 승부는 어려웠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결투(듀얼)이라 불러도 될법한 싸움이었다. 허나, 그날 이후 벌써 2주가 지났다. 패배한 카이바는 정신에 강한 쇼크를 받아 아직도 요양중이다. 결투의 무대가 되었던 카이바 랜드는 그이후 영업을 중지했다.
「난 어떤 승부라도 즐거워.」
「그럼, 이번엔 내가 상대하지.」
혼자가 죠노우치를 밀어 내고, 유우기 앞에 앉았다. 게임이 시작되자 혼다의 라이프 포인트는 삽시간에 깍여나갔다.
죠노우치를 비롯해 클래스 메이트와 게임할 때 유우기는 덱에서 강한 몬스터 카드를 뺀다. 공격력 2000이하의 카드로 덱을 구축했다. 그걸로 전력적으론 호각이 되지만, 카드의 다양함과 그걸 이용하는 복잡한 전술전략은 다른 모든걸 압도하는 것이었다.
어떤 승부라도 즐겁다곤 말했지만, 유우기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2단 3단에 걸친 복잡하고 강력한 콤보를 스스로 봉인하고 있다.
혼다와 게임을 계속해나가면서, 유우기는 어느샌가 카이바를 떠올리고 있었다.
카이바는 유우기를 우악스럽기까지한 수단으로 결투장으로 끌어내, 비정하다 할수있는 싸움을 걸어왔다. 허나 그것은 서로가 전심전력을 다한 싸움, 그야말로 듀얼이었다. 싸움이 끝난 지금에 와선 어딘지 그립기까지했다.
유우기는 언젠가 카이바가 부활할거란걸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오면 두사람이 다시 싸울게 될거란 예감이 있었다. 허나 그때는 원한도 분노도 없다. 그저 서로가 승부만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할거랄 기대감이 있었다.
「우와아앗! 달했다!」
유우기가 무의식중에 내놓은 콤보에 혼다가 허무하게 분쇄됐다.
「역시나. 너도 유우기한텐 못이기잖아.」
죠노우치의 목소리에 유우기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
「아, 혼다군. 미안.」
「뭐가 미안해. 승부는 승부지. 왜 이긴 네가 나한테 사과하는거야?」
「미안…」
여러 의미를 담은『사과』였지만, 주변의 누구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유우기가 집으로 돌아가자, 스고로쿠가 신나서 맞이했다.
「왔다, 왔어! 유우기!」
택배상자를 앞에 두고 덩실대고 있다.
카드배틀에서 카이바에게 패배한뒤 심장발작을 일으킨 스고로쿠였지만, 지금에와선 완전히 기운을 되찼았다. 허나 그렇다고해도 오늘은 과하게 기운이 넘친다.
「왔다니, 뭐가?」
「『매직&위저드』카드말야.」
지금은 게임 카드도 대인기로, 이 가게에서도 품절 상태였다. 추가발주 신청을 한게 지금에야 도착한 모양이다.
「우와! 정말?!」
카드 종류는 몇천장이 넘는다고 하지만, 확실한건 분명치않다. 유우기도 스고로쿠도 모든 카드를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새로운 카드가 갖고싶어진다.
두사람은 다투듯 포장된 상자를 열었다. 안엔 소포장된 제품이 있고, 그 안에 몇 개씩 팩으로 봉입된 상품이 있다. 사서 열어 보기전까지 안에 어떤 카드가 들어있는지 모른다. 레어카드가 귀중한것은 그 개수의 절대치가 적기 때문이다. 레어도가 높을 수록 손에 넣을 확률이 낮아진다.
「이럴수가, 새로운 카드는 한장도 안나왔구만.」
팩 하나를 뜯어본 스고로쿠가 한탄했다.
카이바 랜드에서 스고로쿠는 기나긴 세월에 걸쳐 구축해온 덱을 유우기에게 건네줬다. 싸움이 끝난뒤 유우기는 덱을 돌려주려했지만, 스고로쿠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
― 이건 이미 네 카드야
무적을 자랑하는『엑조디아』를 포함한 덱은 유우기의 것이 되었다.
그렇다고해도 스고로쿠가 게임과 카드 수집을 관둔것은 아니다. 다시 한 장부터 모아야한다며 열의를 올리고 있다.
『매직&위저드』카드는 계속 신판이 발매, 새 카드들도 차곡차곡 늘고 있다. 스고로쿠는 이것을 기회삼아 새로운 덱 구성에 도전할 셈이다.
유우기도 마찬가지였다. 스고로쿠한테 양도받은 덱은 그것만으로도 강력했지만 유우기는 그 덱에 원래부터 자신이 갖고있던 카드를 더해 재구축했다. 이어 새로운 진화를 목표로 새로운 카드를 보충할 생각이다.
「그럼, 나는 이걸로…」
유우기가 팩 하나를 손에 쥐자, 스고로쿠가 손을 쑥 내밀었다.
「할아버지, 왜?」
「돈을 내야지.」
「역시나 할아버지. 손자한테서 돈을 받을셈이야?」
「당연하지! 이게 내 장산걸! 여기 있는 카드가 전부 내꺼라면 조금정돈 나눠줘도 되겠지만, 대부분이 가게에 내놓을 상품이야.」
유우기는 별수없이 지갑을 꺼냈다. 용돈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지갑과 자산상담을 나눈 끝에, 레어카드가 들어있길 빌며 5개의 팩을 골라냈다.
「뭐야, 그것만으로 되겠어?」
「용돈이 안 남아서.」
유우기는 한스럽단듯 산만큼 쌓인 신품 카드팩을 봤다.
「이거라면 싸게 나눠줄수있는데.」
스고로쿠는 발밑의 선반 안쪽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상자를 꺼냈다. 팩키지에 있는 로고디자인은『매직&위자드』의 그것이지만 굉장히 색이 바래 흐릿했다.
「옛날꺼?」
「가장 초기에 생산된 카드야. 지금도 게임에는 쓸수있지만 아무래도 발전도중상황에 발매된거라 현재 카드에 비교하면 전력으로선 약한 구석이 있지.」
「그럼, 못쓰잖아.」
유우기도 그 구판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유우기의 덱 중에도 초기판에 존재했던 카드가 몇 개 들어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카드들이 “쓸만한” 카드 부류에 속해서 신생판에도 그대로 계승되어 있기 때문에 신생판에서 입수한 것이었다. 초기판 대다수의 카드들은 도태과정에서 살아남지못한채 그대로 사용되지 않게되어 절판됐다고 한다.
「그럴 리가. 발전도중이란건 시행착오가 있었단 게야. 지금 발매중인 카드에서 제외된 진귀한 카드도 있어.」
「혹시나 콜렉션으로 가치가 높은거야?」
새로운 것이라도 레어 카드엔 고액의 가격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그게 말이지, 초기 버전은 막대하게 찍혀 나와서 수가 너무많아 어지간한 레어카드가 아닌한 프리미엄같은건 안 붙어. 나도 이건 팔릴거라 생각해서 대량으로 매입했는데, 너무 잘나가서 눈깜짝할 사이에 다음 버전이 나왔지뭐야. 강력한 몬스터는 그쪽 버전이 훨씬 더 충실했던지라 모두 그쪽으로 갈아탔어. 덕분에 아직도 이건 안 팔리고 남아있지.」
「뭐야, 역시 별 카드 아니잖아.」
「전혀전혀. 지금은 발매안된 카드가 잠들어있을 가능성이있을 귀중한 팩이야. 애당초 내가 시작했을땐 이것밖에 없었어.」
「그치만, 약하잖아?」
「약하고 강한건 쓰는 사람의 실력이지. 오늘은 특별히 반값에 해주마.」
「할아버지, 그렇게 나한테 팔아넘기고 싶어?」
「실은 뒤쪽 창고에 아직도 5박스가 남아있어……」
유우기는 기막혀했지만, 다소 동정이 가긴 했다.
「그치만……」
그렇다고해도 얼마남지 않은 용돈을 거기에 투자하는덴 망설임이 인다.
「알겠어. 서비스로 하나 주마. 그걸 보고 판단해.」
「공짜라면 받을게.」
유우기는 상자에서 대강대강 상자에서 팩 하나를 꺼냈다.
「고맙구만.」
「아직 산거 아냐.」
점포를 지나 안채로 들어간 유우기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마실걸 꺼내 한숨을 쉰뒤, 유우기는 찬찬히 카드팩을 테이블 위에 일렬로 내려놓았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하나하나 찬찬히 카드를 꺼낸다.
새로운 카드는 나왔지만 레벨은 낮다. 레벨4의『베이비 드래곤』. 공격력 1200/수비력700으로 그리 강한 카드는 아니다. 일러스트도 귀여운 용의 그림이다.
유우기는 차근차근 팩을 개봉했지만, 다른 것들도 엇비슷했다. 새로운 카드가 있긴했지만 별반 강한카드가 아니거나, 현재 유우기의 덱 구성에 안 맞는 카드거나.
하지만 단 한 장, 재밌는 카드가 있었다.
『시간의 마술사』
사용하기엔 약간 까탈스럽지만 잘만 사용하면 강력한 콤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카드는 대강 그정도. 남은건 스고로쿠한테서 받은 초기버전 팩 하나.
별반 기대없이 팩을 뜯은 유우기였으나 예상대로 별다른 카드는 없었다. 끽해야 흔해빠진 레벨4의 몬스터카드정도.
하지만 한 장의 카드가 유우기의 주의를 끈다.
「어라? 이 카드는 어떻게 쓰는거지?」
손에 넣어본적 없는 카드 정보도 잡지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던 유우기였지만 이 카드에 대한 지식은 없었다.
『미지의 알』이란 카드였다. 사용할때의 제한, 사용했을때의 효과가 적혀져 있지만 어떤 자리에서 써야할지 유우기로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애당초 공격력이 0이다. 수비력은 100. 수비력 100이라니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상대의 카드가 어떻든간에 바로 격파당한다.
카드에 적힌 설명을 이해하기위해 깊이 생각에 잠긴 유우기였지만, 전화벨이 울렸다.
「네, 유우기입니다.」
전화를 받은 유우기를 향해 상대는 다짜고짜 이야길한다.
「유우기, 네게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
「카이바………군?」
「카이바 코퍼레이션 본사 빌딩 최상층. 거기서 널 기다리겠다. 지금 당장 와라.」
틀림없이 카이바의 목소리였다.
「카이바군! 카이바군이지?! 의식을 되찾은거야?」
「너와 다시 한번 싸우기위해서다. 기다리고 있겠다, 유우기. 듀얼이다!」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아연해진 유우기였으나 마음 깊은곳에서 들끓어오르는 뜨거운 뭔가가 있었다. 카이바는 마음의 조각을 다시 다 모은 것이다. 그런 카이바와의 카드배틀에 유우기의 마음이 들떴다.
퍼붓는 비는 한층 더 격해져 있었다. 저녁도 머잖았다.
허나 카이바는 기다리고 있다. 유우기는 애용하는 덱을 움켜쥐었다. 물론『엑조디아』를 필두로해 레어카드가 들어가있는 녀석을. 카이바가 다시 도전해온다면 피차 전력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유우기는 테이블위에 놓여져있던 새로운 카드들을 보았다. 대부분 카이바와 싸울때 별다른 도움이 되진 않을것같았지만 그 카드들도 주머니속에 찔러넣었다.
지정된 장소에 도착한것은 저녁쯤이었다. 비구름에 뒤덮혀 석양은 보이지 않는다.
흐릿한 어둠속에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본사 빌딩이 우뚝 솟아있었다. 각층의 불빛은 대부분 꺼져 인기척은 전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며 유우기는 정면 현관으로 나아갔다. 사원들은 물론 경비의 모습도 보이지않는다. 넓은 현관홀에 형형히 불빛이 켜져 있긴했지만 마치 폐쇄된 인상을 진하게 받았다. 닫힌 유리문앞까지 와서 유우기는 어찌된일일까하고 고민해버렸다.
「무토 유우기, 확인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유우기는 흠칫했다.
벽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이쪽을 향해있다. 보이진 않지만 천정어딘가에 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들어오십시오.」
문이 동작음을 내며 열렸다.
「자동경비시스템?」
「네, 오토 새큐리티,입니다.」
현관홀의 통로 끝에있는 라이트에 불이 들어왔다. 그 안쪽에 문이 보인다.
「저쪽으로, 가주시면 됩니다.」
소리의 말을 따라 유우기는 안쪽으로 향했다.
「저기 이 회사 사람들은?」
「오늘은 모두 퇴근했습니다. 카이바님의 지시입니다.」
「흐응.」
카이바가 자신들의 듀얼을 위해 이렇게까지 조치한걸까? 보통이라면 설마~하고 생각하겠지만, 카이바라면 그 정돈는 가뿐히 할것같다.
유우기가 도착하자 도어의 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안쪽으로.」
작은 방이였다. 정면에 작은 문이 있다.
「사장실로 가는 직통 엘리베이터,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유우기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천천히 있다가시길.」
그리고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속은 거의 느껴지지않았지만, 고속엘리베이터였다. 유우기가 뭔갈 물을 새도 없이 엘리베이터는 고층 빌딩 최상층에 도달했다. 소리도 없이 도착하더니 소리도없이 문이 열렸다.
눈앞의 문이 열렸다.
사장실은 넓은 방이였다. 주위에 차분한 생활용품들이 장식되어 있겠지만 불빛이 없는 실내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방안쪽 테이블 위만이 천장에서 내리쬐이는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그 테이블 너머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후후훗. 왔군, 유우기.」
「카이바군?」
유우기는 부드러운 융단위를 걸어 그에게 다가갔다. 테이블 위를 비추는 조명이 너무 눈부셔서 테이블 너머의 어둠속에 드리운 카이바의 얼굴은 잘 보이지않는다. 팔짱을 낀채 기다리고 선 카이바의 손언저리나 가슴언저리만이 확실했다.
「카이바군, 이젠 괜찮아?」
「변함없이 물러터진 소리로군, 유우기.」
엄격한 말투에 유우기는 움츠려들었다.
「날 걱정할 시간이 있다면 우선 자신을 걱정해라. 이 후의 승부에 패배할 널 말이야.」
거칠고 독살맞은 어투로 카이바가 말했다.
「카이바군?」
유우기는 믿을 수 없었다.
천년 퍼즐의 힘은 그때 카이바의 증오에 찬 마음을 깨부쉈을터. 자신의 마음을 다시금 그러모아, 과거 솔직했던 소년 시절의 마음을 되찾았을 때야만 카이바는 깨어날 수 있었다.
「뭘 얼빠진 표정이지, 유우기. 카이바 랜드에서는 본의 아니게 당했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될거다. 나는 달라졌다. 그때의 나와는 다르단걸 가르쳐주마. 오늘이야말로 내가 너를 짓뭉개주마.」
「카이바군은 달라지지 않았어……」
가슴을 찌르는 슬픔이 퍼졌다.
좋은 라이벌이 되어줄거라 기대했던 카이바가 어디까지나 유우기를 적으로밖에 보지않는단 사실에.
「아니, 달라졌다. 난 과거의 나보다도 월등히 강해. 너는 달라지지 않았나, 유우기. 변함없이 우정같은 미적지근한 것에 젖어있지않으면 싸울수 없나?」
슬픔에 찬 유우기의 마음 깊은곳에서 분노를 품는 자가 있었다.
분노는 급가속해 슬픔을 밀어젖히고 또 하나의 유우기가 되어 나타났다.
「쓸데없는 소린 이제 됐다. 받아 주마, 카이바!」
매서운 눈빛을 발하며, 유희왕이 출현했다.
「큭큭큭, 진심이 되줘서 고맙군. 그렇잖음 널 쓰러트릴 의미따윈 없으니 말야.」
카이바는 유우기의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시 한번 네 악의를 깨부숴주마.」
유희왕이 자리에 앉아 대치했다. 변함없이 드리워진 빛 때문에 카이바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표정을 읽히지 않으려는 책략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위압이나 여유 이외의 것을 보일 카이바가 아니다. 왜일까.
카이바가 웃으며 입가를 비틀어, 테이블을 툭툭 손끝으로 두드렸다.
「이 테이블엔 카이바 랜드에서 썼던것과 같은 시스템이 내장되어있다. 박스식은 아니지만 이것도 버츄얼 시뮬레이터다.」
버츄얼 시뮬레이터는 카드에 그려진 몬스터를 3D 입체영상화해서 박력있는 전투를 연출할 수 있는 장치로 카이바 코퍼레이션이 자랑하는 기술이다.
「그것만으로 끝날거라 생각지마라, 카이바. 내가 어둠의 게임으로 바꿔주지.」
「후후훗, 멋대로해라. 그것보다, 게임의 룰말이다만, 흔해빠진 스탠다드로는 예전과 다를바 없지. 오피셜룰을 채용하는것은 어떠냐.」
「어느것?」
매직&위저드의 기본룰은 통일되어있으며, 그게 스탠다드라고 불리고 있지만, 오피셜룰을 채용함에 따라 다수의 베리에이션이 생긴다. 최근에는 환경(필드) 개념을 룰로 지정하려 하고 있단 정보도 있지만, 카이바가 입에 담은 것은 그게 아니었다.
「『빙고』다.」
「음?」
오피셜룰 빙고는 상대의 덱 구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상대가 덱안에 넣었을거라 추정되는 카드를 한종류 선언한다. 그 카드가 덱안에 있으면 상대는 플레이 중에 그 카드를 뽑는데도 사용할 수 없다.
유희왕은 카이바의 진의를 가늠했다. 카이바가『빙고』룰을 채용하려드는 이유는, 유희왕의 덱에 잠든『엑조디아』를 경계하고 있기때문이겠지. 완성하면 무한대의 공격력을 발휘해 단판에 결착이 난다.
허나 완성하기 위해선『엑조디아』를 구성하는 5장의 파츠를 전부 수중에 갖추지않으면 안된다. 카이바의 덱에는『푸른 눈의 백룡』이 세장 있다. 유희왕이『엑조디아』소환을 완료하는것보다 빨리 카이바가 3장 전부를 뽑아버릴 확률이 훨씬 높다. 허나 “빙고룰”에 따라 유희왕이『푸른 눈의 백룡』을 선언하면 카이바는 세장 전부를 잃고 만다.『엑조디아』만 봉인하면 이길수있단 계산인가?
『푸른 눈의 백룡』 세장을 전부 봉인당한다해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달리도 생각해볼수있다. 카이바는 처음부터『푸른 눈의 백룡』을 덱에 넣지 않았다. 유우기가『푸른 눈의 백룡』을 선언하면, 빙고룰을 헛되이 쓰는게 된다…. 허나 그건 너무 무의미하다. 카이바가『푸른 눈의 백룡』에 필적하는 새로운 한수를 손에 넣지 않는한.
(아마도 그런거겠지…)
틀림없이 카이바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한 것이다. 그렇기에 빙고룰,『푸른 눈의 백룡』석장으로『엑조디아』를 봉인할 셈이다.
658008분의 1의 확률이라해도, 초기 5장의 패에『엑조디아』다섯장이 갖춰져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 카이바는 완전한 승리를 취할 셈이다.
허나 룰은 공평하게 쌍방에 적용된다. 받아들일수밖에없다.
「좋다, 카이바.」
유희왕의 대답에 카이바는 자신의 덱을 테이블위에 놓았다.
「내 준비는 끝났다. 너도 냉큼 준비해.」
유희왕은 일어나 카이바한테서 등을 돌려 방의 구석, 어둠이 드리워진 쪽을 향했다. 첫 번째 문제는『엑조디아』를 넣느냐 마느냐다. 카이바가 유희왕이『엑조디아』를 빼리라 예상하고 다른 카드를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그 예상을 뒤엎어『엑조디아』를 남긴단 선택지도 가능하다.
(허나 그건 겜블이다.)
카이바가 그 수를 이미 읽었을수도 있다.『엑조디아』를 남겼다가 그게 “빙고”가 된다면 유희왕은 덱중 5장을 헛되이 잃게 된다.
유희왕은『엑조디아』를 빼기로 했다.
그리되면 두 번째 문제는 대신할 다섯장을 뭘로 하느냐다. 초강력 예비 몬스터 카드 같은건 유희왕에게도 없다. 예비로 삼을바엔 그냥 처음부터 덱에 넣는다. 콤보를 노린 장비나 트랩카드의 보강 정도외엔 할게 없다.그리 생각했던 유희왕이지만 좀전에 손에 넣었던 새 카드를 떠올렸다.
『베이비 드래곤』과『시간의 마술사』는 쓸만한 카드다. 새로운 카드를 넣으면 카이바의 예측을 뒤흔드는것도 된다. 그렇다면『미지의 알』카드도 넣어두자. 그리고 남은 2장은 마법카드와 트랩카드를 한 장씩.
「끝났다.」
유희왕은 뒤돌아 카이바를 바라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세 번째 문제가 있지만 그건 처음부터 답을 정해뒀었다.
「그럼 빙고다. 너부터 지정해라.」
빛너머에 있는 어둠속에서 카이바가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지정은『푸른 눈의 백룡』이다.」
유희왕에게 다른 것을 선택할 맘은 없었다.
카이바가 훗하고 웃었다. 소리를 흘린게 아니다. 입술끝만이 웃음에 일그러져있다. 진의는 읽을 수 없었다.
「그럼 내 차례다, 나는『데몬의 소환』이다.」
「뭐라고?」
「네 덱안에『엑조디아』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강력한 카드를 봉하는게 상책이겠지?」
「카이바?」
유희왕은 의문처럼 중얼거렸다.
「말해두지만, 내가 뭔가의 트릭을 써서 네 수중을 엿봤다느니하는 트집은 관둬. 나라도『엑조디아』는 넣지 않아. 누구라도 뺄수밖에 없지. 네가『엑조디아』를 넣는단 위험한 결단보다 넣지 않았다고 확신한 내 판단쪽이 당연하며 타당한 라인인거다.」
확실히 카이바가 트릭을 사용한 모양새는 없다. 그걸 간과할 유희왕이 아니다. 카이바의 판단은 타당하며, 유희왕은 그 역시 각오하고 덱에서『엑조디아』를 뺐다.
허나, 왜지? 유희왕의 의문은 다른곳에 있었다.
(왜『데몬의 소환』이지?)
『데몬의 소환』은 강력한 몬스터 카드이긴하다. 유희왕의 주력 선수라고 할수 있다. 허나 유희왕의 덱에는 같은 공격력 및 보다 높은 수비력을 지닌『블랙 매지션』이 있다. 게다가 보다 다채로운 콤보를 사용할수있는것도『블랙매지션』쪽이다. 카이바는 당연히 그걸 알고 있다.
(카이바의 덱은『블랙 매지션』을 신경쓰지않는단건가…?)
허나 그것말곤 아무것도 모른다. 지난번 유희왕에게 졌던 카이바의 덱은 당연히 달라져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희왕이 지정한『푸른 눈의 백룡』이 빙고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시작한다, 유우기.」
「아아.」
카이바의 목소리를 신호로, 두사람은 덱을 테이블위에 놓고, 처음 5장의 패를 드로우했다.
지금은 쓸데없는 선입견을 지닐때가 아니다. 승부가 시작되면 좋든 싫든 모든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웅이 결정된다.
버츄얼 시뮬레이터가 내장된 테이블은 두사람의 라이프 포인트 역시 표시한다.
쌍방의 스타트시 라이프 포인트는 2000점이었다.
「듀얼!」
두사람의 목소리가 울러퍼지고, 각자 손패에서 공격 몬스터를 꺼냈다.
유희왕,『그렘린』, 공격력 1300.
카이바,『그랩플러』, 공격력 1300.
쌍방의 몬스터가 카드 속에서 출현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그렘린』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습격하자,『그랩플러』가 연속펀치로 응수한다. 중앙에서 격돌한 두 몬스터는 서로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고, 상대의 공격을 먹어 장렬하게 같이 쓰러졌다.
『그렘린』도『그랩플러』도 필드에서 사라졌다. 공격력이 같았기에 유희왕도 카이바도 LP 데미지는 없다.
「변함없이 간교한 녀석이로군.」
카이바가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아 패를 보충했다.
유희왕도 마찬가지로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재차 이어진 오프닝 배틀에서 카이바가 내놓은건『사악한 웜 비스트』, 공격력 1400.
유희왕은『임프』, 공격력 1300.
실체화한 두 마리의 몬스터가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다.
『임프』의 이마의 뿔이 상대에게 틀어박히기전에『사악한 웜 비스트』의 독액공격이 쏟아져내렸다.『임프』는 절규를 내지르며 사라지고, 공격력의 편차만큼 라이프 포인트가 깍인다.
유희왕 LP 1900.
카이바 LP 2000.
오프닝 배틀에서 승리한 카이바의『사악한 웜 비스트』가 필드에 남고, 유희왕의 턴이 시작됐다.
「와라, 유우기.」
유희왕은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았다.『유니콘의 뿔』이었다. 새삼 손에 든 다른 패들을 확인한다.
몬스터 카드는『베이비 드래곤』,『실버 팽』,『루이즈』석장. 마법 카드『마검 아이스 소드』, 그리고 지금 막 뽑은『유니콘의 뿔』.
(그닥 좋은 패는 아니군.)
허나 유희왕에겐 아무런 비관도 불안도 없었다. 승부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다.
수중의 패가 다소 나쁘단건 뒤집어 보자면 테이블 위의 덱 속에 강력한 카드들이 온존되어 있단 소리다.
「난『루이즈』를 수비표시로.」
패속에『사악한 웜 비스트』를 웃도는 공격력을 지닌 몬스터는 없다.『루이즈』의 수비력은 1500. 간단히 격파당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카이바가 보다 강력한 공격을 해온다해도 수비표시라면 라이프 포인트는 깎이지 않는다.
유희왕은 어떻게든 버텨가며 패 보급을 충실히하는 작전을 취하기로 했다.
카이바가 패를 한 장 드로우한뒤『사악한 웜 비스트』를 수비표시로 전환한다. 그리고 필드에 몬스터 한 마리를 더 내놓았다.
「『미노타우르스』공격!」
공격력 1700의『미노타우르스』가『루이즈』를 격파했다.
「『실버 팽』을 수비표시.」
수비력 800의 실버팽은 간단히 격파당한다. 허나 그걸 알면서도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카이바의『미노타우르스』가 유우기가 내놓는 수비 몬스터들을 차례차례 매장해 나갔다.
「왜 그러지 유우기. 수비일색이로군.」
카이바의 도발에도 유희왕은 냉정히 카드를 뽑았다.
「좋아!」
콤보를 가능케하는 카드였다.
「『그리폴』을 공격포시로. 그리고『유니콘의 뿔』을 장비한다.」
유희왕이 콤보를 펼쳤다.『그리폴』의 공격력 1200에『유니콘의 뿔』의 효과로 공격력 700을 더한다. 결과적으로 1900 대 1700의 싸움이 되어『미노타우르스』가 격파됐다.
카이바의 라이프 포인트가 200 깎여나갔다.
유희왕 LP 1900.
카이바 세토 LP 1800.
「크크큭.『유니콘의 뿔』인가. 겨우겨우 내게 티끌만한 데미지를 입혔군.」
카이바는 전혀 동요를 보이지않았다. 울컥해 공격해오는일도 없이, 냉정히 수비표시 몬스터를 늘렸다.
이번엔 카이바가 버틸 차례로, 유희왕이 맹공을 펼칠 차례였지만, 공격하면서도 유희왕은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필드에 수비표시 몬스터를 늘리고, 마법 카드를 엎어둔다.
유희왕의『그리폴』이 카이바의 수비표시 몬스터를 차근차근 격파해가는 와중, 필드의 양상이 완성됐다.
유희왕의 필드엔『유니콘의 뿔』을 장비한『그리폴』이 공격표시.
수비 표시의『베이비 드래곤』뒤에는 한 장의 카드가 엎어져 있으며, 그와는 별개로 또 한 장 필드에 엎어둔 카드가 있다.
카이바의 필드엔 수비표시의『사이클롭스』에, 필드에 엎어둔 카드가 2장.
일견 카이바가 열세로 보이지만, LP는 여전히 1900 대 1800 그대로다.
카이바가 카드를 뽑았다.
「『져지맨』을 공격표시로.」
공격력 2200의『져지맨』이『그리폴』을 덥쳤다.
유희왕은 결단의 기로에 놓였다. 필드에 덮어뒀던 마법카드를 사용할지 말지. 여기는 아직 게임 초반.『져지맨』은 강렬한 카드긴하지만 카이바의 에이스는 아니다.
공격력 1900의『그리폴』대『져지맨』2200.
『그리폴』은 쓰러지고, 유희왕의 LP가 300 깎여나갔다.
LP 표시가 1600 대 1800으로 변했다. 일진일퇴의 시소게임이다.
「마법카드라면 써야했었다, 유우기.」
유우기의 필드에 엎어둔 카드를 카이바가 가리켰다.
「네 지실 들을 이윤 없어.」
유희왕이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카이바는『푸른 눈의 백룡』을 대신할 비장의 한수를 준비했을터. 허나, 그 정체는 아직 불명이다. 과거와 같은 몬스터 카드로 싸우고 있다. 그건 유희왕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뽑은 카드라면 카이바가 모르는 콤보를 자아낼수 있다.
그걸 지금 쓸것인가, 좀 더 상황을 볼것인가…, 문제는 거기다. 하지만………
「『베이비 드래곤』을 공격표시로 전환!」
「음?」
카이바가 미심쩍어하는것도 당연하다. 공격력 1200의『베이비 드래곤』이 공격력 2200인『져지맨』을 공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시간의 마술사』!」
유희왕이 필드에 또 다른 한 장의 카드를 내놓았다. 카이바가 감춰둔 비장의 한수를 끄집어낼 셈이다.『시간의 마술사』카드에서 익살스런 모습의 마술사가 출현해 마법의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타임 매직인가?!」
처음 보는 카드였을텐데, 카이바는 순식간에 그 능력을 간파해냈다.
『시간의 마술사』가 마법을 사용한다. 필드의 시간이 흐르고, 수명이 긴 종족은 그 능력이 상승하며, 수명이 짧은 종족은 능력치가 낮아진다.
유희왕의『베이비 드래곤』은 지금 공격력 2400을 자랑하는『천년용』으로 성장했다. 나른한듯 한번 울부짖고서 브레스를 쏘려한다. 반면 카이바의『져지맨』은 능력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수비표시의『사이클롭스』도 마찬가지였으나, 공격표시의『져지맨』이 당하면 피해는 막대하다.
2400 대 1100.『져지맨』이 쓰러지면 카이바의 라이프 포인트는 마이너스 1300. 남은 라이프는 고작 500이 된다.
유희왕은 카이바의 손을 바라봤다. 엎어둔 카드는 분명 마법카드나 트랩카드.『져지맨』을 지키기위해 발동할것인가 아닌가. 만약 공격을 카운터하는 반사계 카드라면 유희왕도 엎어둔 카드로 대항해야한다.
허나 카이바는 미동조차 않았다.
『천년용』의 브레스 공격에 능력치가 떨어진『져지맨』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카이바의 라이프 포인트 표시가 1800에서 단숨에 500으로 내려갔다.
유희왕은 카이바의 필드에 놓인 카드를 노려봤다. 분명히 방어를 위한 카드일 것이다. 능력치가 떨어진『져지맨』을 지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거라면 너무나도 카이바 답다만, 마이너스 1300포인트는 보통이라면 너무나도 뼈아픈 수치다.
「『엑조디아』를 대신해 넣은건 아무래도 그 조합인 모양이군.」
유희왕은 태세를 갖췄다. 카이바가 여기서 움직인다해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 재밌어. 그게 네 ‘비장의 수’인가.」
(카이바도 내놓을 셈인가)
유희왕은 필드와 손패를 확인했다.
필드에 내놓은『시간의 마술사』는 시간 마법을 영창한뒤 사라졌다.
허나 남아있는 몬스터는『천년용』. 공격력 2400, 수비력 1400.
단독으로도 강한 몬스터지만 유희왕은 이중방어를 쳐뒀다. 한 장은『성스러운 방어막 ― 미러포스』, 이것은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반사한다. 다른 한 장은『육망성의 저주』로,『천년용』을 방어하도록 해뒀다. 공격한 몬스터는 저주에 의해 그 공격력 수치가 하강한다.
손패도 충실하다.
몬스터 카드는『커스 오브 드래곤』과『엘프 검사』. 마법카드『마검 아이스 소드』와『빛의 봉인검』그리고『융합』.
『엘프와 검사』와『마검 아이스 소드』는 조합해서 사용가능하다.『커스 오브 드래곤』은『융합』에 사용하기 쉬운 소재다. 다음에 뽑은 몬스터 카드에 따라선 강력해진다. 그리고『빛의 봉인검』은 적의 공격을 봉한다. 카이바가 어떤 공격을 해온데도 막아낼수있다.
카이바의 필드엔 능력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수비표시의『사이클롭스』와 엎어둔 카드 2장뿐.
「하지만, 유우기. 비장의 수란 그때가 올때까지 숨겨둬야한 의미가 있는 법이다.」
카이바가 몬스터 카드를 한 장, 공격표시로 꺼냈다.
『루드 카이저』공격력 1800. 그걸론『천년용』에게 맞설수없다.
카이바가 또다른 한 장을 꺼냈다.
「상대의 수중을 읽는다면 어떻게든 공략할 수 있지.」
꺼낸 카드는『드래곤 슬레이어』, 무기를 사용할수있는 몬스터에게 장비가능한 대 용족검으로, 용을 상대로할 경우 공격력이 1400올라간다.
그렇게 되면『천년용』이 2400,『루드 카이저』는 3200으로『천년용』이 패배하게 된다.
유희왕은『천년용』을 지키려했다.『육망성의 주박』은 적의 공격력을 700까지 떨어트리지만. 그렇게 된다해도『루드 카이저』의 공격력은 2500,『천년용』을 웃돈다.
유우기는 엎어둔 카드를 한 장 뒤집었다.
「『성스러운 방어막― 미러포스』발동!」
『루드 카이저』의 공격이 배리어에 튕겨 반사됐다.『미러포스』는 몬스터의 공격을 그대로 공격해온 적에게 반사하지만 타격효과만은 그러하지 못했다. 미러포스에 반사된 공격은 공격해온『루드 카이저』가 아니라 필드에 수비표시로 했던『사이클롭스』를 찢어발겼다. 2분의 1확률이었지만,『루드 카이저』는 살아남았다.
「운이 좋았군, 카이바.」
「운도 실력중 하나다. 다음 공격으론 반드시 눈에 거슬리는 그『천년용』을 매장시켜주지.」
『드래곤 슬레이어』를 장비한『루드 카이저』로 다시 공격해올 모양이었다.
「그렇겐 안돼지.」
유희왕은 카드를 뽑은뒤, 패에서『엘프 검사』를, 그리고『마검 아이스 소드』를『엘프 검사』에게 장비시켰다. 그에 의해 엘프 검사의 공격력은 1900. 용족이 아닌『엘프 검사』는『루드 카이저』가 장비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효과는 받지 않는다.
『루드 카이저』의 공격력은 그대로 1800.
카이바는 엎어둔 카드를 뒤집지않았다.
『루드 카이저』가 쓰러지고, 카이바는 라이프 포인트 100을 잃었다.
「자아, 카이바. 네 비장의 수는 당하고 말았군.」
「내 비장? 바보같은 녀석! 저건 단순히 버리는 패다. 네 트랩카드를 소모시키기 위한 소모품이란 뜻이다.」
카이바는 카드를 뽑아 필드에 엎었다.
「성가신『미러 포스』도 더 이상 없다. 내 비장의 한수를 보여주마.」
카이바는 손에서 카드를 한 장 꺼냈다.
「『기계장치의 거인』을 공격표시한다.」
공격력 1800, 수비력 2000. 그럭저럭이긴하지만 그리 강한것도 아니다.
카이바는 이 카드의 뭘 보고 비장의 한수로 삼으려 하는거지?
「『천년용』전에 일단 그 엘프부터 처리해주지.」
공격력 1800인『기계장치의 거인』이 공격력 1900이 된『엘프 검사』를 덥치려든다. 허나, 이대로는 역으로 당할뿐이다.
유희왕은 LP 표시를 보았다. 카이바의 라이프 포인트가 300으로 줄어들거라 생각했다. 허나 줄어든건 유희왕의 라이프 포인트였다.
「뭣!?」
유희왕의 LP가 1600에서 1200으로 줄어들었다.
『기계 장치의 거인』이『엘프 검사』를 몰아넣었다.『마검 아이스 소드』는 손에서 미끌어져 떨어진 상태였다.
「『기계 장치의 거인』에겐 그 어떤 마법이나 저주도 작용되지않는다.」
(그래서였냐…)
유희왕은 카이바가 공격력 2500을 자랑하는『블랙 매지션』을 빙고 대상으로 선택하지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블랙 매지션의 공격은 마법공격. 그 다채로운 콤보도 마법을 사용하는 것. 즉『블랙 매지션』을 이용한 공격과 콤보는『기계 장치의 거인』에게 통하지 않는것이다.
쓰러진『엘프 검사』와『마검 아이스 소드』가 필드에서 사라졌다.
「그렇기에『엘프 검사』의 원래 공격력 1400 대 1800의 싸움이다. 크큭, 네 LP가 400줄은것뿐, 놀랄건 없지.」
「과연, 그게 네 비장의 한수란 말인가. 재밌는 능력이지만 너무 약해. 그리고 내 에이스 몬스터도 건재하다, 가랏『천년용』!!」
『천년용』이 브레스를 뿌렸다. 카이바는 엎어뒀던 카드 1장을 뒤집었다.
「『공격의 무력화』!」
이 카드는 일회성 카드지만,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한다.
유희왕은 카이바의 행동을 통해 그의 진의를 깨달았다. 카이바는 이 카드에 다른 뭔가를 연계시킬 셈이다. 그를 경계하기 위해 유희왕은『커스 오브 드래곤』을 수비표시로 내보낸뒤 턴을 종료했다.
카이바가 다시 카드를 뽑아 필드에 엎었다.
「비장의 한수란 그에 걸맞는 수순을 갖춘 다음에 꺼내야만 비장이란 말에 걸맞는 법이다.」
카이바가 손에서 한 장의 카드를 꺼내『기계 장치의 거인』옆에 둔다.
『거인의 철퇴』, 거인계의 공격력을 700 포인트 상승시키는 장비 카드다.
「짓뭉개트려라!!」
『천년용』의 머리위로 철퇴가 내리떨어졌다.『육망성의 저주』는 발동했지만,『기계 장치의 거인』에게 저주는 통용되지 않았다.
2400 대 2500.
『천년용』은 서글픈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유희왕의 라이프 포인트는 100 줄어 1100. 이대론 안된다.
유희왕은 덱에 손을 뻗었다. 아직 수를 다 쓴게 아니다.『커스 오브 드래곤』이 필드에 있고, 손에는『융합』카드가 있다. 여기서 융합가능한 몬스터를 뽑으면 융합을 통해 공격력 2600의『용기사 가이아』를 꺼낼수있다.
「큭…」
유희왕은 뽑은 카드를 묘지위에 내려놓았다.
카이바가 빙고로 지정한『데몬의 소환』이었다. 이 카드는 그냥 버릴수밖에 없다.
「하하하핫!!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건가, 유우기? 허나 운도 실력의 하나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그건 그 카드를 지정한 내 작전의 승리다!」
유희왕은 말없이 손에 든『와이트』를 수비표시로 했다.
「네게 질 맘은 없다. 만약의 만약을 기해주마.」
그리고『기계 장치의 거인』이 수비표시의『커스 오브 드래곤』을 분쇄했다.
「하하핫! 꼼짝달싹못하는군. 허나 이게 끝이 아니다!」
유희왕은 아무말없이 카드를 뽑아, 몬스터 카드를 수비표시로 내놓았다.
카이바는 필드에 엎어두었던 카드를 한 장 뒤집어『기계 장치의 거인』옆에 놓았다.
『힘의 팔찌』는 공격력을 500 상승시키는 장비 카드다.
「어떠냐! 어때! 어떻느냐!!」
유희왕의 수비 몬스터가 분쇄됐다. 유희왕이 카드를 뽑아 다시 수비 몬스터를 내놓는다. 허나 초조나 불안은 없다. 오히려 냉엄히 카이바를 노려보았다. 혐오감이 담긴 표정이었다.
카이바는 그걸 그저 무력함의 표현으로만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어떠냐! 어떻냐고 묻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거인! 궁극의 몬스터다!」
『기계 장치의 거인』은 지금 막대한 장비탓에 크게 부풀어있었다.
한손에『거인의 철퇴』와『힘의 팔찌.』
다른 한손에『대역 방패』. 이걸사용하면 타격 공격을 단 한번 무효로 만들 수 있다.
등에는『투석기』, 비행몬스터와 싸울때 공격력 플러스 800.
몸에는 『강철 갑옷』, 수비력 플러스 1000.
『기계 장치의 거인』은 지금 공격력 3000(비행계에겐 3100), 수비력 3000. 그 어떤 마법과 저주는 통용되지않으며 타격 공격도 한번이라면 무효로 만든다.
그리고 카이바의 무적의 거인이 완성됐다.
「어떠냐!」
승리에 찬 카이바에게 유희왕이 매도의 말을 내뱉었다.
「추악하군.」
「크크큭, 분풀인가? 이 무적의 거인의 어디가 추악하단거냐.」
「추악하단건 널 말한거다.」
「뭐라고?」
「네가 왜 빙고룰을 채용한건지 쭉 생각했었다.『푸른 눈의 백룡』을 스스로 봉인하는짓을 왜 한건지.」
「『푸른 눈의 백룡』으론 널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카이바는 폭군이었다.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고, 비정하게 승부에 임하는 폭군. 허나 거기엔 왕으로서의 품격이 있으며, 제왕의 미학이 있었다.」
「네게 칭찬을 들을줄은 몰랐군.」
「제왕인 카이바는 이런 추잡한 전법은 쓰지 않았다. 강력한 카드를 이용해 단숨에 승부를 걸어온다. 그러면서도 일격필살의 덫을 준비하는걸 잊지 않는다. 그게 카이바의, 폭군의 싸움법이자 제왕의 전술이다.」
「난 거기에 왕의 전략을 더한거다.」
「아니, 외려 소인(小人)의 전략이겠지. 카이바와 같은 카드를 쓰며 그 싸움법을 능숙히 흉내내고 있긴하지만 왕이 된 자라면 역시 3마리의『푸른 눈의 백룡』을 갖고 나와의 재전에 임해왔어야했다.」
「되도않은 헛소리를 들어주는것도 지겹군, 유우기. 하고싶은 말은 뭐냐.」
「수수께끼는 풀렸다. 넌『푸른 눈의 백룡』을 봉인한게 아니다. 넌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갖고 있지도 않은 것을 미끼삼아『엑조디아』를 봉했지만, 그것 역시『푸른 눈의 백룡』이 네 덱에 존재하지않는 진짜 이유를 숨기기위한 눈속임이었다.」
「아무 의미없는 수수께끼 놀음이군. 그게 뭐?『푸른 눈의 백룡』이 있든 없든 지금 네가 패하기 일보직전이란 사실은 다를바 없다.」
「그럼 이 수수께끼엔 어떻게 답할거지? 넌 카이바가 아니다. 거기에 대한 답은 내가 했다. 카이바라면『푸른 눈의 백룡』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다음은 네가 대답할 차례다. 넌 누구지?」
실내에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상대는 아무말도 않았다.
「그럼 질문을 달리하지. 넌 왜 나와 싸우는거지?」
「그건 내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우기!」
외친것은 모쿠바였다.
「카이바!」
그 그림자를 보고, 유희왕도 소리를 냤다.
카이바가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며 모쿠바가 다가오고 있었다.
카이바는 공허한 눈으로 앉아있다. 유우기의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않는다.
「모쿠바. 대체 어찌된 일이지? 카이바는?」
「형은 아직 못 깨어났어. 마음의 퍼즐을 아직 다 풀지 못했어.」
모쿠바는 유희왕쪽을 노려보며, 자신을 카이바라 칭한 유희왕의 대전상대를 가리켰다.
「녀석은 형님의 대리에 불과한 인형이야!」
어둠속의 그림자가 히죽하니 웃었다.
「아니, 아니야.」
「네 멋대로 이런 짓을 벌이다니, 무슨 속셈이야?!」
「그건 내가 카이바이며, 카이바를 뛰어넘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형을 뛰어넘어?」
「어이.」
유희왕이 휠체어에 앉은 카이바한테서 시선을 때고서, 수수께끼의 그림자를 돌아보았다.
「이제 적당히 정체를 밝히는게 어때.」
「좋다.」
실내 모든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유희왕의 눈앞에는 카이바를 본딴 인형이 앉아있었다. 피부나 머리칼은 잘 만들어져있지만 눈은 표정이 없는 카메라 아이였다.
「카이바……의 로봇……?」
「내 단말이다. 본체는 여기에 있다.」
로봇 카이바가 유리막으로 나눠진 등뒤의 방을 가리켰다. 거기엔 거대한 슈퍼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카이바 코퍼레이션은 세계규모의 기업이야.」
모쿠바가 슈퍼 컴퓨터를 쏘아보았다.
「그 경영전략 전부는 형이 판단하고 있었어. 중역 간부들보다 훨씬 더 잘 해낼수있으니까. 그러자 간부들은 역으로 걱정했지. 만약 형님께 만의 하나의 사태가 일어나면 누가 대신 경영전략을 내세워야 할지.」
「그리고, 녀석들은 내게 그 역할을 맡기려했다. 기계와 전자로 만들어진 카이바, 사이버 카이바를 만들어내려한것이다.」
사이버 카이바가 말했다.
「카이바 세토의 지식과 사고 패턴을 전부 내게 주었다. 내가 카이바를 대신할 수 있도록.」
「너같은게 형을 대신할수 있을리 없어!」
「대신할 맘 따윈 없다. 나는 카이바 이상가는 존재다. 카이바 세토의 지식과 사고 패턴을 획득했으나 나는 그걸을 능가했다. 나는 카이바 이며 카이바 이상의 존재. 그래, 하이퍼 카이바라고 불러라.」
사이버 카이바는 그렇게 말했다.
감정을 보이지않는 눈은 묘하게 섬뜩하고 위압감이 있었다.
「네가 형 이상일리 없어!」
「나는 쭉 카이바의 정보를 얻어왔다. 거기에있는 카이바 세토가 유우기와 듀얼한뒤 패배해 의식상실을 일으킨뒤 비로소 난 깨어났다. 카이바로서 자아가 태어나는 와중, 나는 또 하나의 자아를 얻었다. 바로 나 자신, 하이퍼 카이바의 자아를 말야. 내 자아가 카이바의 자아를 초월한 것이다!」
나다.
「너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해!」
「그게 아니란걸 증명해주고말고. 카이바 세토가 패배한 상대, 무토 유우기를 쓰러트림으로서!」
나는 지지 않았다.
「그게 답인가. 네가 내게 도전해온 이유.」
「유감스럽지만, 카이바 세토 본인과 직접 대결할순 없었으니까.」
「당연하지! 넌 형이 일할 수 없을때를 위해 만들어진 단순한 장식품이야! 형이 의식을 되찾는다면 스위치를 꺼버릴거라구!」
「내가 카이바 이상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단걸 알면 회사 중역들은 그러지 않겠지.」
「어이, 로봇. 내가 네게 주제를 가르쳐주마.」
「뭐라고?」
「네가 완전한 카이바의 카피라면 승기는 아직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넌 완전히 카이바가 되지 못한 모양이군. 난 카이바 이하의 녀석에겐 지지않는다.」
「나는 카이바를 뛰어넘은 하이퍼 카이바다.」
「카이바의 발끝에도 미치지못한단걸 가르쳐주지.」
「유우기?」
모쿠바가 불안한듯 상황을 지켜봤다.
「모쿠바. 내가 이런 녀석에게 질것같아?」
진단 생각은 하고 싶지않다. 허나 갖가지 카드로 쌓아올린 몬스터는 너무 강력해서 유우기가 고전하고 있단것은 알았다.
「걱정하지마.」
모쿠바의 불안을 달래듯 유희왕이 말했다.
「지지마, 유우기. 지면 절대 용서못해.」
「그래. 네가 용서해준데도 카이바가 용서해주지 않을테고말야.」
유희왕은 필드를 바라봤다.
「내 차례였지.」
유희왕은 카드를 봅고, 필드에 한 장 엎었다.
「네가 누구고, 왜 내게 도전해왔는지하는 수수께끼는 풀렸다. 그리고 최후의 수수께끼도 이제 겨우 풀리려 하고 있다.」
「머리가 안 좋군. 아직도 뭔가 의문이 있는건가.」
「마법도 저주도 통용되지않는『기계 장치의 거인』은 확실히 언뜻 보면 무적처럼 보여. 허나, 너는 그 무적의 카드를 쓰기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콤보를 위해 당연한 일이다.」
「『암흑기사 가이아』, 공격표시로 대기.」
유희왕은 필드에『암흑기사 가이아』를 꺼냈다. 직접 공격하진않는대도, 사이버 카이바가 자신의 턴에서 공격해온다면 그 공격력은 2300 대 3000. 당하고 만다.
「내 턴은 이걸로 끝이다. 자, 네 차례야.」
사이버 카이바는 순간적으로 계산한뒤, 판단했다. 허세일 가능성은 제외. 유우기는 뭔가 책략을 준비했다. 그렇다면 이쪽도 대책을 준비하면 된다.
필드에『어둠의 어릿광대 사기』를 수비표시로. 그 배후에 마법카드를 배치. 만의 하나『기계 장치의 거인』이 역습당한데도 그때『사기』가 대신해서 파괴되는, 그런 마법카드였다.
유우기가 뭘 준비한다해도『기계 장치의 거인』이 무너질리 없다. 그를 위해 지금까지 녀석의 카드를 한 장 한 장 소비시켜온 것이다.
「『기계 장치의 거인』, 『암흑기사 가이아』를 공격!」
모쿠바가 뚫어지게 싸움을 지켜봤다.
휠체어에 앉은 카이바의 눈은 공허히 필드쪽을 보고 있긴했지만 아무런 표정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거인』이『가이아』에게 철퇴를 휘두른다.
「유우기!」
무심코 모쿠바가 비명을 질렀지만, 유희왕은 미동조차 않았다.
『가이아』는 격파, 유희왕의 라이프 포인트가 700 준다.
이걸로 유희왕 400, 카이바가 400.
조금만 더, 앞으로 단 일격이면 승부는 끝이다.
사이버 카이바가 필드를 둘러보자, 기묘한게 눈에 띄였다.
유희왕이『가이아』의 배후에 엎어뒀던 카드가 중간까지 찢어져있다.
「『가이아』는 이걸 지니고 있었다. 이『미지의 알』카드를.」
유희왕이 찢어진 카드를 뒤집었다.
카드 중앙에 그려져있던 알의 문양이, 갈라진것처럼 2개로 찢어져 있다.
「『미지의 알?』 그런 카드는 존재치않는다. 나는 모든 카드를 알고 있다. 카이바가 모르는 카드라도 난 전부 기억하고 있어.」
사이버 카이바의 기록장치엔 모든 카드가 망라되어있다. 초기판부터 최신판까지 전부. 그 기록 속에『미지의 알』이란 카드는 없다.
아니….
사이버 카이바의 기록 검색에 뭔가가 걸렸다.
「그 카드가 존재할리 없어!」
「나도 공식기록으로 본적은 없어. 허나, 소문으로는 들어알고 있었다.」
「그래, 소문에 지나지않는 카드다.」
「요괴같은 거지. 무수한 형태, 무수한 요괴들을 봤단 증언은 잔뜩 있어. 허나, 실제로 그 존재는 확인된적이 없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넌 그리 판단한 모양이군, 사이버 카이바. 그러니까『미지의 알』은 존재하지않는다고. 허나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거다. 존재하든, 존재하지않든 요괴에 대한 목격담이 생기는건 모종의 이유가 있다. 그럼, 『미지의 알』에 대한 소문은 어째서 생겨났다고 생각하지?」
「인간의 인식능력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도 있지. 허나 자랑하는 두뇌회전능력이 나쁜 모양이야, 사이버 카이바.『미지의 알』은 지금 네 눈앞에 실제로 존재한다. 왜, 마치 요괴처럼 소문뿐인 존재로 치부되어왔는지 그걸 생각하란거다.」
사이버 카이바는 허를 찔렸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점이였다. 요괴? 소문? 그건 사이버 카이바의 인식외에 존재하는 사상이였다.
「이 카드가 소문으로만 존재했던건 우선 절대치가 적은 레어 카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판에만 들어가있지. 더군다나 이 카드는 한번밖에 쓸수없다. 쓰기위해선 카드 자체를 폐기해야만한다. 사용하면 두 번다시 쓸수없게 된다. 존재자체는 소문으로 전해져왔지만, 그 땐 이미 카드는 존재하지 않아.」
사이버 카이바의 유사 인격은 놀람을 표했다. 허나 본체의 사고는 언제나 냉정히 계산해, 판단을 내린다.
「그게 뭐 어쨌단거냐. 확실히『미지의 알』은 존재했다. 내가 그걸 인식하지 못할거라 생각지마라. 이미 기록장치내에 새겨뒀다. 허나, 겁낼 상대는 아니다. 거기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미지의 알』의 깨진 껍질 사이로, 사람의 태아같은 생명체가 태어났다. 불분명한 형태. 공격력, 수비력은 100. 알에서 막 태어난 몬스터는 이제부터 성장해 나가야만했다.
「그래. 이 카드가 존재하지않으리라 생각됐던 다른 이유는 이 카드가 사용하기엔 너무 까탈스러운 카드이기 때문이다.」
『미지의 알』에서 태어난 몬스터는 1턴마다 플레이어가 지정한 상한치까지 공격력과 수비력이 100씩 올라간다. 허나, 살아남는게 실로 어렵다.
「다음 턴에서 짓밟아주지.」
「과연? 이 카드는 알에서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 그게 이 카드를 불확실한 존재로 만든 또 하나의 이유다. 알이 갈라질때마다 다른 몬스터가 태어나니까 말야.」
유희왕의 턴이 왔다.
「확실히 이 카드는 “쓸수없는” 카드였다. 새로운 카드의 출현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다. 허나, 새로운 카드가 태어나 옛 카드들이 사라져 가는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카드에 의해 옛 카드가 되살아나는 일 또한 있다.」
유희왕은 이제까지 사용해 버린 패에 손을 뻗었다.
「『미지의 알』이 낳은 몬스터는 묘지에 있는 카드의 공격력과 수비력, 그리고 특수능력을 각각 계승할 수 있다. 지금 막 태어난 이 몬스터는 이녀석의 능력을 계승했다.」
유희왕은 묘지에서 카드를 한 장 골라냈다.
『시간의 마술사』
「타임 매직!」
시간마법이 펼쳐졌다. 순식간에 몬스터가 성장했다.
「이것이야말로 실로 시간을 초월한 콤보다.」
사이버 카이바의 몬스터도 그 영향을 받았다. 수비 표시에 있던『사기』의 능력치가 절반이 된다. 하지만『시계 장치의 거인』의 본체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거인의 철퇴』와『힘의 팔찌』는 표면에 녹이 슬어 능력치의 30%를 100단위로 잃어 합쳐 300포인트를 잃었지만, 그래도『시계 장치의 거인』의 공격력은 2700 남았다.
「마법으로 내 거인은 쓰러트릴수없다고 말했을텐데. 그 몬스터가 어떤 공격력을 지닌다해도 2700은 무리다.」
「마지막까지 남은 수수께끼는, 왜 네가 빙고로 내『데몬의 소환』을 선택했냔 거였다. 허나 네가 카이바가 아니며, 에이스 카드로『푸른 눈의 백룡』을 쓸수없단걸 알면 모든게 풀리지.『기계장치의 거인』은 마법도 저주도 통하지않고, 콤보를 통해 강력한 공격력을 얻었다. 무적인양 행동했다면 계속 무적으로 있을 수 있었다. 진짜 카이바라면 그리했겠지. 그것이 왕의 싸움법이다. 허나 넌 왕이 아니다. 공을 들여 내 반격 재료를 봉하는데서부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작전이다.」
「그건 네가 무적인양 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기계 장치의 거인』은 무적이 아니게 됐다. 약점을 안은 결격품이다. 너와 마찬가지로. 완전하게 카이바 그 자체가 되지 못한 너처럼.」
「난 카이바를 뛰어넘은 하이퍼 카이바다.」
「약점은 이거다!」
유희왕은 묘지의 패 속에서『데몬의 소환』을 가리켰다.
「계승할 공격력은『데몬의 소환』!」
수치만으론 공격력 2500.『기계 장치의 거인』의 공격력 2700엔 미치지 못한다.
「마강뢰(魔降雷)!!」
데몬이 폭풍우를 일으켜 번개를 떨구었다. 그 전격은 마법력이 아니다. 순수한 에너지 공격이다. 범위계 공격인 마강뢰는 일단 수비력 1000이 된『사기』를 순식간에 숯검뎅이로 만든뒤, 이어『거인』에게 쇄도했다. 전기 에너지는 전도율이 높은 적에겐 공격력이 상승한다.『거인』을 상대하게 되자 공격력 2500의 전격은 그 공격력이 3100까지 상승했다.
『기계 장치의 거인』도 스파크를 일으키며 해체되어 무너져 내렸다.
3100대 2700. 그 공격력 차 400 포인트가 사이버 카이바의 LP에서 깍여 나갔다.
그리고 결착이 났다.
400 대 0. 유희왕의 승리다.
「말도…, 안돼…….」
「빙고 룰을 제시해온것뿐만이 아니다. 넌『유니콘의 뿔』마저 경계해 그걸 배제하고 나서야 『기계 장치의 거인』을 꺼냈다. 넌 너무 신중했어.『거인』의 약점을 네 스스로 노출시킨것이다!」
「아냐! 네가! 거짓말이야! 닥쳐! 닥, 다…… 다다다다다다…………」
「사고의 무한 루프에 빠진건가? 허나 이건 어둠의 게임이라고 말했을터. 벌칙을 받아주셔야겠어.」
테이블을 비추고 있던 머리위의 라이트가 펑하고 터졌다. 방전이 낙뢰처럼 내려떨어져 사이버 카이바의 몸을 꿰뚫었다.
「아가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전신, 각 부위에서 희미한 연기를 피어올리며 사이버 카이바가 정지했다.
게임 테이블도 정지한다.
『미지의 알』에서 태어난 몬스터는 유희왕을 돌아보더니 한번 울부짖고서 사라졌다. 남은건 두 갈래로 째진『미지의 알』카드. 태어난 몬스터는 예컨대 1대 잡종이다. 이 필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유희왕은『미지의 알』이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깨달았다.
사용하면 카드는 잃고, 거기서 태어난 몬스터와는 반드시 결별을 이뤄야한다. 그 슬픈 운명을 거부해, 게임에서 사용치않고 소중히 간수해둔 소유자들도 있겠지.
「유우기.」
모쿠바가 말을 걸어왔다.
「말했었잖아. 안 진다고.」
「응. 형도… 분명 기뻐할거야.」
카드를 정리한뒤 유희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바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카이바. 난 믿고 있을거다. 네가 부활할거란 걸. 언젠다 다시 한번 너와 싸울거란걸.」
그 말만을 고하고서 유희왕은 방을 뒤로했다.
「우리도 가자, 형.」
모쿠바가 휠체어에 손을 얹으려했을때, 연기를 피어올리고 있던 사이버 카이바가 삐걱이듯 움직였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유리벽으로 나뉘어진 작은 방안에서 슈퍼 컴퓨터의 작동 램프가 깜빡였다.
「이게, 아직도!?」
「망가진건…, 단말…… 난…… 반드시… 유우기를… 쓰러트린다……….」
사이버 카이바가 어눌히 손을 움직여 테이블 위의 카드를 모으려했다.
「적당히 좀 해! 네가 아무리 그래봤자 유우기는 못 이겨!」
돌연 뭔가가 모쿠바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눈앞에 뭔가가 일어섰다.
「형?!」
카이바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있었다. 허나 의식을 되찾은 모양새는 없다. 공허한 눈, 공허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카이바는 사이버 카이바에게 고개를 돌린뒤, 이어 슈퍼컴퓨터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걸음. 다시 한걸음. 마치 걷는 법을 잃어버린듯 서툰 걸음걸이로 카이바가 앞으로 나아간다.
「무…, 슨…… 속……셈이냐…, 얌……전히……」
카이바가 사이버 카이바의 망가진 신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휘두르듯 안쪽으로 집어던진다.
유리로된 융벽이 깨지고, 사이버 카이바가 본체인 슈퍼 컴퓨터에 부딪혔다.
「무……슨…………」
카이바는 슈퍼 컴퓨터로 다가갔다.
「형?!」
모쿠바가 뛰어나와 형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눈은 공허하다. 허나 그 눈동자 깊은 곳에 흔들리는 불꽃이 깜박이는것처럼 보였다. 그게 어떤 불꽃인지 모쿠바는 바로 알았다.
형이 분노하고 있다….
카이바는 불안한 손놀림으로 패널을 더듬거렸다. 허나 그 어눌한 손놀림은 목표로 한 장소에 이르자, 난폭하고 우악스럽게 변했다.
카이바는 컴퓨터에서 기록 장치를 뽑아냈다.
「그…! 만해……!!」
단말인 사이버 카이바가 망가진 몸을 질질 끌며 카이바를 막으려했다. 카이바가 팔을 한번 휘두르자 사이버 카이바가 떨쳐날아갔다.
그리고 카이바는 계속해서 자신의 정보가 축적된 기록 장치를 잡아 뜯어갔다.
「그…만……………」
모든게 정지됐다. 카이바는 모든 기록을 소거했다.
「형!」
풀썩하고 무너져내린 카이바를 모쿠바가 황급히 받아냈다.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던 불꽃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돌아와있다.
허나 그 불꽃은 모쿠바에게 있어서 카이바의 부활을 알리는 봉화였다.
「나도 믿어, 형.」
그건 분명 카이바 세토의 마음의 번뜩임.
비는 그치고, 흩어진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귀로에 든 유우기가 달을 올려다본다.
유희왕도, 유우기도. 카이바의 눈에 일순 깃든 빛을 알지 못했다. 허나 구름떼 사이로 비춰드는 달빛에 유우기는 기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불안 그러나 기대.
근시일내로 격렬한 듀얼에 참가하리란 예감. 그리고 그 결투장에는 반드시 카이바 세토가 있다.
부활을 이루고, 당당한 제왕처럼 싸울 카이바의 모습을 그들은 예감했다.